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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삼도 공부

상상력으로 읽기

by 이십삼도 2023. 5. 9.

어떤 책에나 독자가 따라가기 어려운 구석이 있는데, 대개의 독자는 다른 책을 참고하거나 누군가의 조력에 힘입어 그 구석을 이해하고자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오로지 내 자신의 상상력으로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상상력으로 읽기
상상력으로 읽기

상상력읽기

삼국유사를 텍스트로 하여 「달은 즈믄 가람에」라는 연작시를 쓸 때였다. 알다시피 『삼국유사』에는 향가 몇 수가 실려 있는데, 그 중 몇 편을 상상력 읽기로 대입하여 작품화한 것이다. 나는 그러한 상상력 읽기를 시작(詩作)에도 도입해 본 적이 예컨대 모죽지랑가」의 현대문 번역은 대강 다음과 같다. 간봄 그리매 모든 곳에서 울 이 시름 고울 나타내 주신나이 자심 그쳐 버리소서 눈을 껌벅할 사이에 만나도록 꼭 하옵소서 힘들여 책의 길로 걸어 들어가지 않더라도,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다. 그 때문일까, 아니면 책을 찾는 독자는 전보다 더 적어지고 있다는 내 느낌이 잘못된 것일까?

 

 

새로운 작품화 

모곡이라는 제목으로 작품화 지난 봄의 일은 모두 시름뿐 어둠속으로 사라지던 그 모습 해가 갈수록 더욱 흐릿해 오히려 눈을 감으면 보이려나 만나고 싶어라 님 그리워 헤매는 쑥대밭이라 아니라 그 어디에 쓰러져 잠들어 버릴 것만 같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문학자들의 이두문 풀기를 외면한 채, 그것이 시라면 이렇게 풀어야 하지 않느냐는 소박한 생각으로 번역이 아닌 번역을 시도한 것이다. 지금은 넘칠 만큼 책이 많고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승과 선배가 줄지어 새로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책을 만나는 일

책을 만나는 일, 그것은 일생의 길을 걸어감에 있어 지팡이를 갖는 일과 같다. 아니 지팡이가 필요없다 하더라도 저 광대무변한 지식의 영토에 발을 디뎌봄으로써 우리가 무심히 보고 듣는 말 한 마디, 나무 한 그루, 구름 한 덩이가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달리 보일 수 있는가를 체험한다는 일처럼 더 긴요하고 귀중한 게 있을까?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한 권의 책이고, 그 한 권의 책을 찾기 위해 책 속의 길로 들어가 보라고 나는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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