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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삼도 공부

연과 영혼

by 이십삼도 2023. 4. 29.

해가 갈수록 우리 곁에서 알게 모르게 사라지는 것이 많다. 연날리기도 그중의 하나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1950년대 초반만 해도 연날리기는 아이들 놀이로 한창이었다. 형들과 함께 연을 만들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대살을 엮어 몸을 만들고 창호지에 그림 그리는 일은 물론 형들의 차지였지만 사금파리를 땋고 연줄을 얼레에 감는 일은 흔히 내 몫이었다.

 

연과 영혼
연과 영혼

 

 

연 만든 기억

대개는 사금파리 빻은 가루를개어넣은 풀에다 연실을 적시면 되지만 연을 끊어먹히기라도 한 다음날에는 부레풀을 끓여 먹인 연실에 유리개미를 입히되 손가락이 베어질 정도라야 했다. 그렇게 정성들여 만든 연출과 재주껏 알록달록 울긋불긋 그림을 그린 연을들고 언덕에 오를라치면 저마다 연을 들고 나선 이이들과 구경을 겸해 따라나선 어른들로 하여 찬바람이 씽씽거리는 언덕 위가 오히려 훈훈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이윽고 하나 둘 하늘에 연이 오르면 그전날 당한 분풀이겸 둘러선 구경꾼들에게 한껏 뽐내기 위해서 얼레를 푸는 데 재주를 부려댄다.

 

 

연에 대한 이야기

요즈음 국군의 날'에어쇼'에서 곡예를 하는 비행기는 저리 가랄 만큼 하늘 높이 치솟던 연이 갑자기 땅으로 내려꽂힐 듯 떨어지다가 불쑥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상대방 연줄을 그어나간다. 연놀이의 즐거움도 바로 이 조종술에 달려 있다.번쩍이는 유리개미가 반짝 빛을 내면서 하늘 어디론가 휘청휘청 사라지는 상대방 연을 바라볼 때의 그 시원함………. 그러나 우리 연이 끊어 먹혔을 때 엉뚱하게도 내 머리에 날라드는 군밤 한 알의 아픔, 그 아픔 따위는 간데없이 우리가졌다는 데서 오는 그 아련한 서운함・・・・・ 각설하고・・・・・・ 그렇게 흔하던 연놀이가 이제는 정초의 TV나 신문의 볼거리로나 오르내리게끔 세태가 바뀌었다.

 

 

연의 역사

 

유득공(柳得恭)의 경도잡지(책에 의하면, 옛날 연을 날릴志)』라는 적에는 연에다 액(厄)이라는 글자를 써두었다 한다. 묵은 해의 나쁜 운수를 연과 함께 띄워버린 다음 새해의 복을 불러들이는 일종의 기복의례였던 것이다. 또 어떤 기록을 보면, 한겨울부터 정초까지 연을 날리거나 연싸움을 벌이다가 대보름날을 맞아서는 'OO生 즉 '아무달 태어난 아무개의 액이여 사라지거라'라는 글을 써서 띄우는데 해질 무렵이 되면 연줄에 불을 붙여 하늘로 타오르다가 끊어지도록 하였다 한다. 이것은 아마도 기복의례와 김유신의 고사가 한데 섞인 결과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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