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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삼도 공부

시의 고쳐 쓰기

by 이십삼도 2023. 5. 6.

처음에는 연작시의 첫 작품으로 '그 하나' 란 제목을 정해놓고 써보았다. 그 하나 갈대잎을 들여다보면 피처럼 붉은 자죽이 찍혀 있다사람들은 그것을 朴堤上의 핏자국이라고 전한다갈대는 포아풀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이다. 어떤 놈은 3m나 될 정도로 키가 크다 새벽이거나 그것들을 골라 발을 만들어 걸면 무심한 달마저 벗이 되고 만다.

 

 

시의 고쳐 쓰기
시의 고쳐 쓰기

 

 

갈대밭 글 예시

드문드문 섞여 있는 붉은 들도 달빛을 받아 한결 뚜렷해진다. 1000년 전의 朴堤上이 갈대밭 속에서 마음껏 가을을 즐기는 것 같다. 소리쳐 울다가 죽어버린 그의 지어미나 세 딸은 아랑곳 없다. 그러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혼자서 가을을 즐긴다. 볼모로 왜에 잡혀간 신라 왕자를 도망쳐 보낸 뒤 붙잡혀 처형을 당할 때 박제상은 갈대를 벤 그루터기 위를 맨발로 걷는 형벌을 당했다. 그 때문에 갈대잎에 찍혀 있는 붉은 점을 그의 핏자국이라고 전한다는 이야기로 시의 첫머리를 삼았으되 갈대는 포아풀과라는 식물학적 분류를 병행하여 서로 다른 이미지의 충격적인 결합을 시도해 본 것이다.

 

 

 

갈대 퇴고

그러나 웬지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쓰게 되었다. 이번에는 갈대라는 제목을 달았다. 갈대 갈대잎을 들여다보면 피처럼 붉은 자죽이 드문드문 찍혀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朴堤上의 핏자죽이라고 전한다. 갈대는 포아풀과에 딸린 여러해살이로서 에 자라는 데 어떤 놈은 3m나 될 정도로 키가 크다. 朴堤上은 신라 때 사람이고 나라의 島에서 어떻게 해서 관련이 되는지 알 수가 없지만 갈대밭을 치고 무심한 달을 바라보면 점점이 찍힌붉은 자국이 달빛을 받아 울음처럼 번쩍이며 흔들린다. 불에 타 죽었다.

 

 

박제상으로 퇴고

치술령에서 소리쳐 울다가 자진하였다는 그의 지어미나 세 딸의 울음소리가 갈대밭 사이로 우우 지나다니는 것만 같다. 박제상이 죽은 목도라는 지명이며, 치술령에서 망부석이 되었다는 그의 지어 미 등 비극적인 사건을 서술로 묘사함으로써 내딴에는 비극적 효과를 고양시키려 하였지만, 작품의 종결을 보았을 때 오히려 반감이 되었다.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그에 대한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기술해 보기로 하되제목은 갈대로 하고 대신 부제로 '박제상' 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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