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1 시를 쓸 때에 대한 이야기 이제 정작 시를 쓸 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사실 내게는 남다른 습관이 없음을 부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나는 용구, 일테면 연필이든 볼펜이든 만년필이든 가리지 않고, 또한 노트장이건 원고지건 포장지 나부랑이건가리지 않으며, 시간 역시 밤이건 낮이건 가리지 않는다. 시를 쓰는 장소 뿐만 아니라 옆에 사람이 있건 없건 가리지 않으며, 다방이건 사무실이건 침대건 가리지 않는다. 나를 저지하지 않고 저지할 수 없다는 생각만 들 수 있다면 나는 언제 어느 곳에서건 시를 쓰게 된다. 그리고 일단 쓰게 되면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에 그것을 끝낸다. 만일 그 사이에 이루어지지 않거나 처음 구절부터 성이 쓰이면 그대로 버리고 만다. 따라서 나는 씌어지는 대로 하루에 두 세 편 쓰기도 하지만 안 씌어지.. 2023. 5. 5. 시창작의 외적 조건 한편의 시를 쓰기 위해선 이미지라든가 테크닉이라든가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과 정보도 필요하겠지만, 외적인 조건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소리가 있다. 사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러한 것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시작 장소 언젠가 내 시작에 있어서의 장소라든가 시간 따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쓴글이 있다. 신인 때의 일이지만 이 책의 성격상 그때의 글을 그대로 인용하는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영등포 한구석에서 출발해 (신도림동에 살던 때다) 도심지의 어느 출판사에 나가 일을 보고 다시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간다. 이 왕복시간은 대개 3시간 정도이다. 이 시간에는 그저 차에 탄 채 하품이나 하는 게 일이지만 그래도한 시간 정도는 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무심히 창밖에 지나치는 나무며차며.. 2023. 5. 5. 연에 얽힌 옛이야기 연에 얽힌 옛 이야기는 그리 흔하지 않은데, 김유신의 이야기는 현대인들도 깜박 속아넘어갈 만큼 교묘한 틀을 그 속에 숨겨 두고 있어 흥미롭다. 즉 왕군과 반란군의 싸움이 벌어졌는데 공교롭게도 어느날 밤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 김유신의 이야기 흔한 유성이었지만 때가 때이고 별은 곧 임금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던 시절인지라 왕군이 질 징조라고 해석되었다. 이 때문에 반란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았고 반비례로 왕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이때 김유신은 왕군측의 장군으로서 사태수습에 나섰다. 그는 별이 땅에 떨어진 것은 임금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며 그 증거로 별이 다시 올라갈 것임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별이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는 이 엉뚱하고도 희한한 말은 놀랍게도 예정된 날 예정된.. 2023. 4. 30. 연과 영혼 해가 갈수록 우리 곁에서 알게 모르게 사라지는 것이 많다. 연날리기도 그중의 하나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1950년대 초반만 해도 연날리기는 아이들 놀이로 한창이었다. 형들과 함께 연을 만들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대살을 엮어 몸을 만들고 창호지에 그림 그리는 일은 물론 형들의 차지였지만 사금파리를 땋고 연줄을 얼레에 감는 일은 흔히 내 몫이었다. 연 만든 기억 대개는 사금파리 빻은 가루를개어넣은 풀에다 연실을 적시면 되지만 연을 끊어먹히기라도 한 다음날에는 부레풀을 끓여 먹인 연실에 유리개미를 입히되 손가락이 베어질 정도라야 했다. 그렇게 정성들여 만든 연출과 재주껏 알록달록 울긋불긋 그림을 그린 연을들고 언덕에 오를라치면 저마다 연을 들고 나선 이이들과 구경을 겸해 따라나선 어른들로 하여 찬바람.. 2023. 4. 29. 이전 1 2 3 4 5 6 다음